AI의 진짜 시장은 소프트웨어 예산이 아니라 인건비와 서비스 예산 안에 있다. 그것이 기술 서비스 기업에 어떤 의미인지 짚어 본다.
이 글은 Sequoia Capital의 논고 "Services: The New Software"를 Engineering Journal이 요약하고 논평한 것이며, 자체 조사 결과가 아니다. 본문의 모든 데이터와 도표, 영문 인용은 Sequoia Capital에 귀속된다.
지난 20여 년간 기술 업계는 Software-as-a-Service(SaaS)라는 익숙한 모델 하나에 기대어 성장했다.
Microsoft는 오피스 제품군을 팔고, Salesforce는 CRM을 팔고, Adobe는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판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입구의 도구이고, 실제로 손을 움직이고 최종 결과에 책임지는 쪽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AI는 전혀 다른 모델을 열어 가고 있다.
Sequoia Capital은 "Services: The New Software"에서 그냥 넘기기 어려운 주장을 내놓는다.
다음 1조 달러 기업은 서비스 기업처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기업일지 모른다.
- Sequoia Capital · Services: The New Software
다시 말해 그 기업은 고객이 직접 처리하도록 소프트웨어를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끝난 업무 자체를 판다.
1. 도구를 파는 모델에서 성과를 파는 모델로
SaaS와 새로운 AI 세대의 차이는 아주 단순하게 정리된다.
- SaaS - 최고의 삽을 판다. 고객은 월 이용료를 내고 땅은 직접 판다.
- AI-native service - 돈을 내면 다음 날 아침에는 땅이 다 파여 있다.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하나 더 늘어나는 일이 아니다. 문제가 해결된 상태다.
그래서 AI의 역할은 Copilot에서 Autopilot으로 옮겨 가고 있다.
- Copilot(도구를 판다) - 사람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거든다.
- Autopilot(업무를 판다) - 워크플로우의 대부분을 직접 실행하고 최종 결과를 곧바로 내놓는다.
2.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서비스 시장으로
Sequoia에 따르면 기업이 소프트웨어에 1달러를 쓸 때 서비스에는 약 6달러를 쓴다.
| 항목 | 지출 |
|---|---|
| 소프트웨어 | $1 |
| 서비스 | $6 |
AI 에이전트가 닿을 수 있는 시장은 기술 예산에 그치지 않고 인건비와 서비스 예산 전체로 넓어질 수 있다.
오랫동안 SaaS 기업들이 다툰 것은 주로 예산 가운데 기술에 배정된 몫이었다. 그러는 사이 훨씬 큰 시장이 운영 예산 쪽에 자리 잡고 있다.
- 컨설팅
- 회계 및 감사
- 채용
- 법률 서비스
- BPO 및 아웃소싱 운영
- IT 관리 및 사이버 보안
- 보험 및 의료비 청구
AI 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가 이 시장에 들어설 길을 열고 있다. 서비스 제공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기업이 사람을 뽑거나 외부 파트너에 맡겨 온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됐다.
3. Intelligence와 Judgement: 진짜 경계선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원문은 중요한 분석 틀을 내놓는다. Sequoia는 일을 직종이 아니라 성격에 따라 나눈다.
- Intelligence(AI가 먼저 넘겨받는 영역) - 규칙에 기반한 일. 복잡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규칙이다. 명세대로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하고, 디버깅하고, 숫자를 대조하고, 서식을 채우는 일이다.
- Judgement(사람이 계속 쥐는 영역) - 경험과 직업적 감각에 기대는 판단. 다음에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먼저 할지, 언제 배포할지 정하는 일이다.
Writing code is mostly intelligence. Knowing what to build next is judgement. Translating a spec into code, testing, debugging: the rules are complex but they are rules. Judgement is different. It requires experience and taste.
- Sequoia Capital · Services: The New Software그림 1 - 지금 AI는 어디에 쓰이고 있나
에이전트가 어떤 영역에 투입되고 있는지를 툴 호출 비중으로 본 것이다. Software engineering이 가장 먼저 임계점을 넘은 직종이 된 이유는 그 일의 대부분이 intelligence이기 때문이다.
| 영역 | 툴 호출 비중 |
|---|---|
| Software engineering | 49.7% |
| Back-office automation | 9.1% |
| Other | 7.1% |
| Marketing and copywriting | 4.4% |
| Sales and CRM | 4.3% |
| Finance and accounting | 4.0% |
| Data analysis and BI | 3.5% |
| Academic research | 2.8% |
| Cybersecurity | 2.4% |
| Customer service | 2.2% |
| Gaming and interactive media | 2.1% |
| Document and presentation | 1.9% |
| Education and tutoring | 1.8% |
| E-commerce operations | 1.3% |
| Medicine and healthcare | 1.0% |
| Legal | 0.9% |
| Travel and logistics | 0.8% |
데이터: Sequoia Capital, Services: The New Software의 "In what domains are agents deployed? (% of tool calls)". 원문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시 그렸고, 영역 이름은 원문 그대로 두었다.
Software engineering 하나가 49.7%를 차지해 나머지 16개 영역을 다 합친 것과 맞먹는다. 10%를 넘는 영역은 달리 없고, 정작 규모가 가장 큰 서비스 시장들은 아래쪽에 몰려 있다. Finance and accounting 4.0%, Medicine and healthcare 1.0%, Legal 0.9% 순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것이다. Software engineering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단지 먼저 임계점을 넘었을 뿐이다. 모델이 충분히 좋아지고 업계 고유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회계에서도, 보험에서도, 법률에서도, 의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게다가 그 경계선은 계속 움직인다. 오늘의 judgement가 내일의 intelligence가 된다.
그림 2 - Opportunity Map
모든 서비스 영역을 intelligence ↔ judgement, 아웃소싱 ↔ 내재화라는 두 축에 놓으면 우선순위 지도가 나온다. 괄호 안은 노동시장 규모(labor TAM)다.
세로축: OUTSOURCED(아웃소싱) ↕ INSOURCED(내재화) · 가로축: JUDGEMENT ↔ INTELLIGENCE
원문의 Opportunity Map을 바탕으로 다시 그렸다(원문은 글자로만 채워진 스크린샷이다). 위의 네 그룹이 그 지도의 네 사분면에 해당한다. 원문은 이 목록이 예시(illustrative)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출처: Sequoia Capital.
4. AI가 먼저 대체하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워크플로우다
직업 하나를 통째로 대체하려면 AI는 온갖 상황에서 통할 만한 지식과 경험, 판단력, 그리고 책임을 질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반면 워크플로우 하나를 자동화하는 데는 범위가 분명하고 규칙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으며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일련의 작업을 안정적으로 해내기만 하면 된다. 출발점으로는 이쪽이 훨씬 현실적이다.

- 회계 - 직업 전체로 보면 경험과 관계, 숫자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자동화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는 청구서 판독, 거래 대사, 차이 적발, 결산 데이터 준비다. 어느 단계든 기계에 넘길 수 있다.
- 보험 브로커 - 고객에게 조언하는 일에는 여전히 경험과 감각이 필요하다. 자동화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는 정보 수집, 견적 비교, 여러 보험사 서식 작성이다. 이 부분은 이미 고도로 표준화돼 있다.
- 의료 인력 - 진료와 치료에는 전문 지식과 판단이 빠질 수 없다. 자동화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는 보험 청구를 위해 진료 기록을 ICD-10 코드(약 70,000개)로 바꾸는 작업이다. 복잡하지만 결국 규칙이다.
AI가 곧바로 직업 전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가진 워크플로우부터 넘겨받는다.
- 반복적이고 표준화 수준이 높다 - 작업 순서가 안정적이고 예외가 적다.
- 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 - 맞고 틀림을 검증할 수 있어 감에 좌우되지 않는다.
- 이미 아웃소싱이 몸에 배어 있다 - 직접 떠안는 대신 결과를 사는 데 이미 익숙하다.
5. 2025년의 Copilot에서 2026년 이후의 Autopilot으로
| 시기 | 주도 모델 | 전략적 질문 |
|---|---|---|
| 2025 | AI Copilot | 어떻게 하면 AI로 직원이 더 빨리 일하게 할 수 있을까? |
| 2026+ | AI Autopilot | AI가 워크플로우 전체를 실행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If you sell the tool, you're in a race against the model. But if you sell the work, every improvement in the model makes your service faster, cheaper, and harder to compete with.
- Sequoia Capital · Services: The New Software6. 맨먼스에서 성과로
이 대목은 기술 서비스 기업에 특히 무겁게 다가온다. 기회는 AI로 내부 공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 모델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 전통 모델 | AI-native 모델 |
|---|---|
| 테스트 팀을 판다 | 검증을 마친 릴리스를 판다 |
| 클라우드 운영 인력을 판다 | SLA와 성능, 비용 목표를 판다 |
| SOC 애널리스트를 판다 | 사고 탐지 시간과 대응 시간을 판다 |
| 레거시 유지보수 팀을 판다 | 분석과 전환, 검수까지 끝낸 모듈을 판다 |
| 개발자를 월 단위로 판다 | 완성된 기능이나 워크플로우를 판다 |
그때 AI는 더 이상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다. 생산 모델이자 수익 모델의 일부가 된다.
7. Autopilot이 사람을 완전히 걷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AI 데모와 실제로 팔리는 AI 서비스를 가르는 것은 한 가지다.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느냐다.
고객이 소프트웨어 대신 워크플로우를 사게 하려면 공급자가 다음 과제를 먼저 풀어 두어야 한다.
- 산출물 품질과 SLA
-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 검증 가능성과 추적 가능성, 감사 대응
- 리스크 관리와 문제가 생겼을 때의 책임 소재
-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지점의 human-in-the-loop
- 운영 프로세스 전체의 경제성

초기 단계에서 성립하는 모델은 아마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한다"가 아닐 것이다. intelligence 비중이 큰 부분은 AI가 실행하고, judgement 비중이 큰 부분은 사람이 통제하는 형태다.
핵심 인사이트

다음 AI 경쟁은 누가 가장 똑똑한 LLM이나 가장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챗봇을 갖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속되는 우위는 AI와 업계 고유 데이터, 워크플로우, 검증 장치, 운영 역량을 묶어 완성된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기업의 몫이 된다.
- SaaS - 고객이 직접 처리하도록 도구를 판다.
- AI-native 서비스 - 그 업무 자체를 판다.
지금 모든 기업에 던져진 전략적 질문은 이것만이 아니다.
AI가 우리 인력의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가?
여기에 이런 질문이 더해진다.
우리의 어떤 워크플로우를 패키지로 묶어 품질을 보증하고 성과로 바로 팔 수 있는가?
그것이 Sequoia가 가리키는 "1달러"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6달러" 서비스 시장으로 넘어가는 문일지 모른다.
이 글은 Sequoia Capital의 논고를 요약하고 논평한 것이며, 자체 조사 결과가 아니다. 모든 데이터와 도표, 영문 인용은 Sequoia Capital에 귀속된다. 두 도표(그림 1과 Opportunity Map)는 원문의 스크린샷을 바탕으로 다시 그렸고 수치는 원문 그대로 두었다. 삽화는 이라스토야(いらすとや)의 소재이며, 해당 사이트의 이용 약관에 따라 사용했다.